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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리뷰/책

왜 어른이 되면 커피, 술과 같은 쓴 맛이 나는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될까? | 맛의 원리 #2

by 달슬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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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른이 되면 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는 이유

 

미각은 신생아 때 가장 예민하다. 신생아 시기에는 입안 전체뿐 아니라 입천장, 목구명, 혀의 옆면에도 미각 수용체가 많다. 그래서 아기들은 밍밍한 분유의 맛도 몇 배로 맛있게 느낄 수 있지만 대신 쓴 맛에 예민하다. 거칠고 독이 있는 음식이 많았던 과거에는 그런 미각이 아이를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유아용 과자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과자(ex. 칙촉, 빈츠 등)와 정말 판이하게 달랐다. 그때 들은 말이 어린이들한테는 우리가 먹는 과자가 오히려 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바로 미각 수용체 수 차이 때문이었다.

 

 

이러한 과잉의 미뢰는 10세 무렵이 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슬슬 쓴 것도 먹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면 점점 쓴맛에 둔해지고 심지어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커피를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게 된다.

 

대부분의 음식에는 쓴 맛이 약간이라도 들어 있고, 커피, 차, 술 등 기호식품은 특히 쓴 맛이 많다. 뇌에 쾌감을 부여하는 성분이 있거나, 학습에 의해 독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점차 거부감을 줄여나가고, 그러다 그것을 즐기게 된다. 쓴 맛을 거부하는 본능은 학습에 의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것이다.

 

나는 불과 3년 전까지는 커피를 먹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두번 먹으면서 적응되었고, 요즘은 커피가 없는 하루는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이다.

 

 

쓴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모두 25종으로, 다른 네가지 맛 수용체의 종류를 모두 합친 것보다 5배나 많다. (미각수용체 : 단맛 1종, 짠맛 1종, 신맛 1종, 감칠맛 2종, 쓴맛 25종) 그러기에 자연에는 쓴 맛으로 느껴지는 물질이 많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이미 맛으로 엄선한 것이라 맛있는 것이지, 자연물을 무작위로 선택하면 대부분이 쓴 맛이다.

 

 

개인 차이가 가장 심한 것도 쓴 맛이다. 쓴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최대 1000배의 개인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먹을 만한 음식이 어떤 사람에게는 맛없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나는 먹을 만 한데, 너는 왜 못 먹니?' 할 것 없다. 애초에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다.

 

 

출처

'맛의 원리', 최낙언 지음, 예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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