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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좀 다른 나만의 미니멀리스트의 길

#3 계륵의 존재 전기밥솥, 햇반과 압력밥솥 그 사이에서

by 달슬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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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의 편의성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밥을 안쳐놓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밥의 맛도 균일하다. 굳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압력밥솥 사용법을 배울 필요도 없다. 단점은 단 하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주방이 매우 넓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주방은 일반적인 24평 아파트의 일반적인 주방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방에 놔야 할게 얼마나 많은가! 믹서기, 도마, 전자레인지 등 각종 요리도구를 놓기에도 부족한 공간이다. 밥 소비량이 많지 않은데 전기밥솥에게 안그래도 좁은 주방의 한 자리를 내어주기에는 미니멀리즘을 차치하고 일단 불편했다.

그렇다면 햇반을 이용하는건 어떨까? 수납장에 넣을 수 있어 보관도 용이하고, 냉장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원할 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된다. 설거지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먹고 그릇은 버리면 된다. 밥을 자주 먹지 않는 우리 집으로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고, 실제로 이 방법을 오래 사용했었다. 햇반 30개 묶음을 사 놓으면 15일~20일은 밥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문제점은 2가지, 비싸다는 것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가공된 제품이라 쌀을 사서 먹는 것보다는 확실히 비싸고, 쓰레기로 비닐(뚜껑)과 플라스틱(용기)가 나온다. 그리고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돌리면 싹싹 긁어먹어도 용기에 밥알이 달라붙게 되는데, 이를 전부 제거하고 버리기 위해서는 결국 물에 좀 불린 다음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 물론 그냥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군대 시절 분리수거의 경험이 만들어 낸 습관이자 다른 분을 위한 배려이다.

위 2가지 문제점은 돌고돌아 압력밥솥으로 돌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주방의 한 자리를 내줄 필요도 없고 비용도 적게 들며 밥맛도 좋다고들 한다. 사실 압력밥솥과 전기밥솥으로 한 밥 맛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면 맛이 매번 불균일하다고 생각하는데, 입맛 까다로운 어른들이 그렇다고들 하니 받아들이기로 한다.

 

또한 요즘은 압력밥솥 이용법도 간단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WMF사의 압력밥솥의 경우에는 불을 올리면 5분 정도 후에 위 사진처럼 압력표시줄이 올라오는데, 약불로 변경하고 5분 정도 기다리면 밥이 완료된다. 


다 된 밥은 내열유리용기에 소분하여 냉동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해동하여 먹는다. 전기밥솥은 혼수로 받은 것이라 당근마켓에 처분할 수는 없고(사실은 처분하려 했으나 와이프 눈칫밥에), 발코니 안쪽 깊은 수납장에 넣어두기로 했다. 적어도 주방에서 전기밥솥이 차지하는 자리를 확보했으니 성공적인 마무리라 생각한다.

전자상거래의 발달, 즉석밥/밀키트 등 HMR 시장의 성장속도로 미루어 볼 때 사실 전기밥솥, 압력밥솥 모두 미래에는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에서 빈 공간을 최대한 늘리고 싶고, 가격 대비 그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기에 적어도 쌀에 있어서는 햇반과 전기밥솥을 모두 포기하기로 한다. 대신 넓어진 공간만큼 삶을 풍요로 가득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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