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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끄적끄적

회사 다니다가 대학원에 와서 좋은 점 3가지 (생활 측면)

by 달슬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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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생활 5년 차에 퇴사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었다.

내가 느낀 대학원 생활의 장점 3가지를 뽑아보겠다!

 

1. 학교 조경이 잘 되어있다.

unsplash.com

회사원일 때는 하루종일 건물 안에만 있다 보니 밖에 나갈 때는 출근할 때, 점심 먹을 때, 퇴근할 때 밖에 없었다.

회사 밖이라 해봤자 회색빛 건물에 회색 도로를 배경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또는 피곤한 표정의 사람들로 빼곡했는데, 그래도 회사 사무실보단 숨통이 트여서 기회만 있으면 밖으로 나갈 기회를 찾곤 했었다.

 

회사 생활 이후 다시 학교로 와보니 학교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우리 학교는 조경 관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구실 출퇴근 시간 또는 산책을 할 때면 계절마다 핀 꽃과 푸른 잔디밭을 볼 수 있어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학부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을 감정인데, 회사를 다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그런지 학교 조경, 꽃과 나무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2. 식사, 커피 값이 싸다.

우리 회사 근처 식사는 보통 8000원 ~ 15,000원 선이었다.(2016~2020년 기준) 중식보조비로 한 달에 20만 원이 나오기도 하고 직장 상사께서 종종 사주시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나가는 중식비만 해도 큰 지출이었고 커피값도 비싼지라 한 달 회사에서 식비/커피비로 나가는 돈이 꽤나 됐었다.

 

사실 나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싶었는데, 우리 회사는 직장 상사가 중식을 혼자 먹지 않도록 챙겨줘야 하는 문화가 있어서....(나이가 들면 혼자 밥먹으면 죽는 병에 걸리나보다.) 너무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러진 못했었다.

 

대학원에 와서 학교 안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만족스러운 것은 저렴한 가격이다. 물론 학부 때보다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해서 약간의 가격 상승이 있지만 4,500 ~5,500원 정도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우리 학교는 자율 배식이 있어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양이 적어서 상관은 없지만, 주변 식사 양이 많은 친구들은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식사 가격만 싼게 아니라, 메뉴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 입맛에 맞춰서 메뉴를 골라야 했는데, 맛있는 걸 좋아하거나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상사도 있었지만, 먹었던 음식만 계속 먹는 상사도 있었어서, 식사 메뉴 고르는 것도 크진 않지만 완전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

 

커피 가격도 아주 싸다. 교내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L 사이즈를 시키면 500~600ml 정도가 나오는데, 이 가격의 2배를 해야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tall 사이즈 가격과 비슷한 거 같다. 커피 원두 질도 아주 좋고 말이다.

 

3.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다.

공부에 관한 것은 성향 차이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공부를 통해 실력을 쌓고 그 실력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이루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안타깝게도 이전 회사에서는 학부 지식이 거의.... 아니 전혀 필요가 없었고(그런데 자기 계발은 하라고 엄청 독촉한다. 자격증도 엄청 따라 하고), 딱히 회사 생활을 통해 나의 실력이 는다고 느껴지지 않았으며(막말로 그냥 아무나 데려다 앉혀놔도 사실 6개월 정도면 그냥저냥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훗날 갑작스럽게 회사를 나가야 한다거나 실제로 나가야 될 나이가 왔을 때, 회사에서 배운 걸로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택한 선택지가 퇴사였고, 퇴사 전 갈 곳을 찾기 위해 출근 전/ 출퇴근시간/ 퇴근 후 공부를 엄청 했더랬다. 하지만 직장인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회사가 어디 그냥 나오기만 하면 돈 주는 곳이던가? 회사에서는 회사 일에 충실해야 했기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고, 집에서 공부를 하려 하면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 체력 안배를 해야 했었다. 주말에는 전여친/현와이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또 공부할 시간이 적었었고....(물론 중요한 시즌에는 이해를 해줬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주었다.)

 

대학원에 와서는 연구도 해야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는데, 아주 공부할 것들로 가득하다. 이것 또한 학부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에 갔다면 못 느꼈을 감정이지만, 회사 일이 아니라 공부 때문에 바쁘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회사 일은 나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사, 후배, 관련인 모두가 한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일이 돌아간다. 맞는 일이여도 중간 상사가 괜히 트집을 잡아 일이 지체되다가, 그 위 상사가 왜 이렇게 늦어지냐고 트집을 잡으면 중간 상사는 내 잘못으로 돌린다.(항상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 큰 금액이나 중요성이 높은 일의 경우에는 상사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상황도 정말 많았다.

(물론 좋은 분도 많았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회사를 5년이나 다녔을지... 지금도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또한 너무 잘하면 이상하게 일이 더 들어오고(그것도 잡스런 일이 주로 들어온다.), 심지어 주변인(주로 진급/직책 경쟁자)들의 질투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어도 어느 정도 못하는 척이 필요하고, 여유가 있어도 항상 바쁜 척을 해야 하는 게 필요한데.... 나는 이게 싫었다.

 

나는 나의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그로 인한 보상을 받는 회사를 원했나 보다. 안타깝게도 나의 회사는 정치가 중요했고, 말을 잘 듣는 직원을 원했던 것 같다.

 

어쨌든 대학원에 진학하니,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하는데 쓸 수 있고, 정말 나만 잘하면 되는 거라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은 영어며 관련 실력이며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고 앞으로의 대학원 생활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채워나갈 것이기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물론... 평균보다 좀 더 많은 나이는 걱정되지만, 이를 상쇄하는 실력을 가지게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현재 대학원 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워렌 버핏은 출근 전 일할 생각에 즐거워서 아침마다 탭댄스를 춘다고 한다. 회사 다닐 땐 '와... 그런 삶도 있구나... 정말 부럽다...'라고 생각만 하다가, 긴 고민 끝에 결심하고 이렇게 실제로 대학원에 진학하니 요즘 내가 아침마다 정말 설레는 아침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담으로 글이 길어졌다. 다음에는 회사 다니다가 대학원에 와서 안 좋은 점도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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